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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비전통적 안보 개념의 인식관과 메르스 문제

Politics/Korean Politics

by Fulton 2015.06.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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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가 전 정부와 다른 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사이버안보를 비롯하여 기존의 다루지 않았던 문제인 비전통안보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정권 중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만 포괄적 안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드러냈지만 다시 단절되어 오다가 이번 정부에서 다시 점차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북한의 안보위협의 문제에서 사이버안보가 대두하였기 때문이다. 사이버 영역의 안보의 문제에 대해서 기존의 전통안보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위협의 문제로 대두한 사이버 안보라는 관점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비전통적인 안보 개념들의 도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비전통적인 안보 개념의 등장을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보자면, 탈냉전 이후의 안보개념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의 전통안보로서는 포괄할 수 없는 개념이 증가하였다. 본래 안보의 정의가 가치 또는 이익을 보호하거나 증진하려는 행위 및 행태의 총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안보영역과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어느 정도 자명했고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안보’, ‘사회안보’ 등 비전통적인 안보 개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본 묘한 공익광고가 있었다. “현역은 국가안보, 사회복무요원은 인간안보”라는 것이었다. 광고에서 설정하는 안보의 프레이밍도  많이 기이했고, 인간안보를 비군사적인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 안존 존엄을, 비군사적으로 방어한다는 ‘비군사적 안보’로 해석하는 것도 많이 기이했다. 인간안보의 개념을 캐나다에서 도출된 정의나 일본에서 도출된 정의 어느 쪽을 따르더라도 단순히 인간안보가 비군사적 안보는 아니다. 인간안보의 주요 층위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데 목적을 둔다. 이러한 목적에서 경제적 안보, 식량안보, 건강안보, 환경안보, 개인안보, 공동체안보, 정치적 안보를 UNDP에서 정의한다.[1]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안보의 주요 의제로서 지뢰, 국제범죄재판소 설립, 인권, 국제인권법, 무장 분쟁 속에서의 여성과 아이들, 소형 무기 확산 반대, 소년병 문제, 아동 노동, 남북 협력 등이 채택되었다.[2] 이렇게만 확인해 보아도 인간안보는 비군사안보의 개념과 동질적이지 않으며, 바라보는 스펙트럼이 아예 다른 개념이다. 비록 기존의 전통안보적 관념들보다는 비군사적인 이슈들을 중요하게 바라보지만 그것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기에 국가안보를 현역 군인들만이 수행한다는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을 보면 현 정부 관계자들의 안보의 대한 개념 인식이 많이 협소하며 한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안보와 인간안보는 서로 대칭적인 개념도 아니며, 국가안보에서 군사안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군사안보 외적인 안보개념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서 ‘인간안보’가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즉 단순히 군인들만 국가안보를 전담하는 것도 아니며, 인간안보가 사회복무요원의 것만의 개념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이것은 국가안보를 군만이 ‘독점’하고 있다는 일종의 인식관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Ole Waever)


이러한 흐름의 연장에서 살펴볼 이론 중에서 코펜하겐 학파가 제시한 개념 중에는 ‘안보화’라는 개념이 있다. 이 논의에 따르면 안보는 무엇이 보호되어야 할 핵심적인 대상인가, 그리고 그 위협이 어디에서부터 오는가의 문제에 대한 발화행위(speech act)이며, 고정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것이다(Waever, 1995). 따라서 안보의 대상과 위협의 소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전이가 가능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안보화는 ‘사안을 특별한 유형의 정치 혹은 정치 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모양지으며’, 공적인 사안을 비정치화된것으로부터 정치화된 것을 통해 안보화까지 배열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안보의 대상과 안보의 행위자가 함께 묶이게 되며 이러한 행위자와 대상을 함께 묶는 것이 안보화 이론의 이론적 강점이다. 안보화 이론에서 원칙적으로는 누구나 안보화 움직임을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일반적인 안보화 행위자인 정치지도자, 관료, 정부, 로비스트와 압력단체이다라고 주장한다.[3]


이 안보화 개념이 의미가 있는 사안 중 하나는 바로 비전통적인 안보 이슈들이 어떻게 안보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이론이란 것이다. 즉 기존의 안보 이슈가 아니었던 것들이 ‘존재론적으로 위협하는 어떤 것’들이 되어 안보 이슈로 진입하였다는 설명으로 풀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편입된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전염병’ 문제이다. 비전통적인 안보개념인 ‘포괄적 안보’와 인간안보 모두 전염병 문제를 중요하게 바라본다. 19세기 이전까지 월경질병의 확산방지에 관하여 국가들은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전염병의 방지는 국내 보건정책으로 충분하다고 인식되었지만 국제교역의 증가로 인해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고 이는 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었다. 오늘날 전염병의 문제는 국제사회의 갈등 요인이 되었고 결국 국제안보영역으로 형성되었다. [4] 이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2002-2003년의 사스 문제였다. 사스 위기는 재화, 정보, 사람들이 더욱 밀접하게 세계 경제와 통신 네트워크로 통합되면서 전염성 질병이 개별국가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과 정보의 흐름을 방해하여 지역과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사스 위기는 인간안보에 있어서 중심적이고 절대적인 부분으로서 일반 국민의 건강안보를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5] 사스 문제를 통해서 전염병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안보화가 되었고, 한국 역시 당시 포괄적 안보의 개념으로 사스 문제에 접근하였다.



최근의 메르스 문제 역시 이러한 맥락, 즉 안보화와 인간안보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메르스 문제를 단순히 말라리아나 홍역과 같은 보건의 문제를 넘어서 안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즉 국민들은 정부가 메르스 문제로 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보화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와 같은 질병과 감염의 본질과는 별개로 메르스 문제는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의 대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푸코가 주장한 생명관리정치와도 맞닿아 있다. 푸코는 국가의 주요 기능과 책임으로서 생명관리를 언급했으며, 식량과 방역의 문제를 그 중점적인 사례로 보았다. 근대 이후의 국가가 그 이전의 국가와 가장 차별화 되는 지점이 이러한 생명관리정치이며 이는 국가의 구성원인 인구가 이를 요구하고 있으며, 국가는 여기에 응답하는 방식의 통치가 현재의 국가 기능의 본질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6] 안보화 개념과 이러한 푸코의 주장을 결합해 본다면 메르스 문제와 같은 전염병 문제를 국민들은 안보화해주기를 원하고 이에 국가가 호응 했을 때 국가가 기능을 다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가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확언을 하기 어렵다. 현재의 정부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보를 통제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국민과 시각을 다르게 가지며 이를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위의 푸코의 생명관리정치와 코펜하겐 학파의 안보화이론에 맞춰보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국가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국민들은 이를 ‘안보 문제’로 인식하거나 혹은 이에 준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데 국가는 이를 그렇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의 비전통적인 안보관념과 연결해본다면 박근혜 정부가 비전통적 안보를 강조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 대상이 기존의 전통안보의 위협 대상이었던 ‘북한’이지 안보의 행위자와 영역 자체가 전통안보와 달리 확대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분석이 맞다면, 현 정부의 안보 인식은 여전히 전통안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현 정부가 계속 비전통적인 안보를 강조하고 하더라도 일단 현 정부가 가지는 비전통적인 안보 관념에 대한 정의와 인식이 합당한지 확언할 수 없으며, 또한 결국 전통안보적 세계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단순히 위협의 수단이 확대되었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위의 포스터를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만약 그렇다면 다른 비전통적인 안보에 대해서 이 정부는 어떤 접근을 할지까지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걱정되는 문제다. 궁극적으로 비전통안보도, 인간안보도 국가의 층위에서는 국가안보이다.


[1] UN, 1994, “Human Security : concept and operationalization,”
[2] Canada, 1998, Norway Changes their ways: new approach bases foreign policy on human issue, Otawa Citizen, p. 18.
[3] Barry Buzan, Rene Hansen, 국제안보론, p. 328.
[4] 이상환, 2008, 전염병과 인간안보, 그리고 국가안보, 국제지역연구,  p. 231
[5] 이상환, p. 234.
[6] Michel Foucault, 2011, 안전, 영토, 인구, p.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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