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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은 무엇인가? 본문

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은 무엇인가?

Fulton 2016.03.22 12:02

북핵에 의해 골머리 썩는 여러 국가 행위자들은 그동안 어떻게 하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과연 그러한 고민은 해결 가능한 것인가? 흔히들 말하는 북한은 북핵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정말 있는 것인가? 조금 방향을 틀어보자.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해야 북한이 납득 가능한 제의와 협상의 장을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해왔다. 지금부터 이 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이 어떤 상황일지를 한번 구상해보려고 한다. 즉 북한이 탄도미사일 무기체계를 구축함에 있어서 사용했던 역설계를 해보고, 이렇게 역설계된 상황이 과연 구현 가능한 상황인지를 생각해보자. 물론 이 글은 이런 식의 접근을 한번 시작해보자는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글이고, 보다 더 정밀한 분석 혹은 모델링은 훗날 시간이 있다면 해보도록 하겠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자의적 포기이다. 이른바 북한이 핵을 유지할 때의 북한의 국가이익이 R이라 할 때, 핵을 포기할 때의 국가이익 R`보다 작다면 북한은 핵을 자의적으로 포기할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가이익은 국가가치를 정책의 영역으로 환산한 것으로 그 우선순위는 그 국가의 국가가치에 따라서 달라진다.

 

1)    자의적 포기 - R < R` 일때, 북한은 핵을 자의적으로 포기한다.

 

둘째, 북한이 외부의 강압으로부터 포기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강압(coercion)은 상대에게 위협을 가함으로써 상대의 행동방식이나 의지 그리고 결심을 변화시키려는 행동 및 전략을 말한다.[1] 강압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구성된다.

 

[2]


          강압은 상대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대부분 상대가 어떠한 행동을 할 때, 그 교환비용을 제시함으로써 이뤄진다. 강압은 전략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차원의 특징들이 있다. 첫째, 강압은 상대 적국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목적으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둘째, 강압의 목적이 강압대상국을 절멸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즉 강압대상국에 대한 무력 사용 위협이 신뢰성을 가질 정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때 성공적이다. 따라서 강압은 위협이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을 경우 가장 성공적이다. 마지막으로 강압대상국과의 타협이 전적으로 거부당하는 경우, 양 진영 간 충돌사태는 종종 군사적 방법을 통해 해결되기도 한다.[3] 이러한 강압에는 억지와 강제가 존재한다. 억지란 상대방이 특정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납득하게 만드는 것이고, 강제란 상대방이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을 중지시키거나 상대방의 의지에 반하여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억지와 강제의 수단으로는 위협(threat)과 보상(promise)이 사용된다.[4] 기존의 핵을 고수하는 국가이익이 R일 때 핵을 포기했을 때의 국가이익 R`와 강압으로 발생하는 교환 비용을 C라고 한다면 R R` C의 합보다 작다면 핵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2)    강압에 의한 포기 - R < R`+C 일때 핵을 포기한다.


핵을 포기한 대표적인 국가는 남아공, 리비아, 우크라이나가 있다. 이 들 국가들이 핵을 포기하게 된 자세한 내역은 황지환 교수님의핵포기 모델의 재검토: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리비아 사례를 통해 본 북핵 포기의 가능성과 한계라는 논문의 일독을 권한다. 위 세 국가 중에서 사실상 자의적 포기에 해당하는 국가는 남아공이며, 리비아와 우크라이나 중에서 리비아는 강압이 굉장히 강하게, 우크라이나는 약하게 들어갔으나 어쨌든 강압에 의한 핵포기에 해당한다. 이들 국가들이 핵을 포기하는 과정에서의 변수들을 북한의 상황과 비교한 표는 다음과 같다.

 

[5]


위의 표에서 보면 알지만 자의적 포기를 한 남아공이나 혹은 강압에 의한 포기를 한 우크라이나와 리비아와 북한은 상황이 다른 것이 분명 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맨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이런 국가와 북한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 포기를 할 지로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의 표는 분명 참고자료가 된다.

 

우선 자발적으로 포기한 남아공은 대외적인 변수인 안보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며, 동시에 국내정권의 성격 역시 핵무장을 주장하던 쪽에서 핵무장에 소극적인 정권으로 변화하였다. 이는 실재적인 국가이익의 측면인 안보 영역에서도, 그리고 추상적인 국가가치를 인식하는 국내정치 행위자가 변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국가이익의 측정하는 틀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남아공은 R < R`가 되었고, 따라서 남아공은 대외적인 보상 없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였다. 이를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하자면 우선 R 값을 계산하는 인식의 변화, 안보문제가 남아공에게 유리하게 변하면서 R 값의 실재적 감소, 거기에 상수로서 유지되어 NPT의 국제제재로서 설명되는 R값의 문제가 결국 R`을 R보다 크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사례는 조금 묘하다.  일단 우크라이나가 자국이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쟁취한 것이 아닌 구소련 해체과정에서 들어온 것이기에 자국의 국가의지와 핵개발은 사실 무관한 감이 있었고 다만 핵무기 보유국으로의 존치를 고민할 수 있었다. 황지환이 언급하다시피,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유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국내의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취약하였기에 핵무기를 댓가로 국가통합과 발전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또한 여기에협력적 위협감축프로그램에 의한 미국에 경제적 보상 프로그램이 크게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6] 이를 앞의 모델로 설명하자면 우크라이나에게 핵을 자국이 개발한 것이 아니기에 R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계산될 여지가 적지 않았으며,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R이 낮게 측정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핵무기를 협상의 대가로 올림으로써, 자국의 다른 여러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R`+C P보다 높게 계산될 여지가 많았다. 특히 C가 결정적이지 않다하더라도 R`이 애당초 작게 인식되지 않았을 개연이 크다.

 


리비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리비아에게는 테러사건에 대한 책임을 더해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의 가장 강력한 제재가 들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기술적 능력 역시 제재 때문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적 능력의 제한은 핵프로그램의 진행이 핵무기의 전력화로 이어지는 데 문제를 낳고 있었다. 이런 차원에서 이러한 핵무기 보유 노력이 오히려 아프간과 이라크가 미국으로 공격을 받자 리비아에게 안보딜레마로 연결되고 있었고, 카다피 정권에게도 국내정치적으로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결국 제재에서 탈피하고 대외적 보상과 억지되고 있던 안보문제와 국내정치적 문제의 호전을 기대하고 핵프로그램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R은 안보딜레마에서 파생하는 문제로 인해 점점 가치가 저하되고 있었고,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보상은 C를 무척 증가 시켰다고 할 수 있다. R < R` + C상황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C가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북한의 경우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일단 결국은 핵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란 자의적 포기/강압에 의한 포기 둘다 모두 일단 R의 가치가 떨어져야 한다.  R의 가치를 떨어트리기 위해서는 핵 없이도 북한의 안보가 어느 정도 달성되어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핵무장의 대한 인식의 변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일단 분단체제의 안정화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지지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그 다음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최근의 중국이 말하는 평화협정인데, 이 경우에도 우려되는 것은 그것으로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만한 수준으로 R의 가치가 떨어질 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후자인 핵무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생각해본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와 리비아가 그 뒤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지켜봤고, 오히려 북한에게 있어서 R에 대한 가치 인식은 더 중요해졌을 것으로 추론 가능하다. 더욱이 북한이 여전히 군이 우선시되는 국가적 가치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핵무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감소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북한 체제 내부의 변화는 기대하기에는 역시 불확실성이 너무 큰 영역이다.


R`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을 다루는 데 있어서의 기술적 제약이 발생함으로 인해 핵무장의 유지 및 발전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야 하는 데 북한은 꾸준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내는 것을 볼 때 제약은 존재하나, 그것이 북한 체제(국가가 아니다.)를 유지하는 데 지장이 될 만큼의 국방 딜레마를 야기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또한 국제사회로부터의 제재가 R`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인데, 북한에게 있어서 이러한 제재가 만성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제재는 변수라기보다는 상수로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가능성은 C를 증진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를 넘어서 주변국가들의 아주 강력한 제재 + 핵을 포기했을 때의 보상인데, 사실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는 바로 이 C가 증진되었다는 점에서 작동했다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R`을 택함에 있어서 R의 값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 아닌 부분적 포기와 동결로 나타났고, 여기에 C로서 중유 제공 + 원전 건설 + 제재 해제 등등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북한과의 핵협상에서도 C를 증진하는 것은 분명 중요해 보인다. C가 증진되는 상황은 두 가지이다. 행위자가 느끼기에 견디기 힘들지만 체제생존이 아예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제재 확산, 혹은 화끈한 보상 제공이다. 다만 이 점에서도 장애요인은 양 쪽의 신뢰가 너무 낮으며,  R의 가치를 쉽게 낮추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C를 올린다고 R`+C R 이상이 된다고 확신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이미 C로서 가할 수 있는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백도어가 존재한다는 문제가 있으며, 보상에 있어서는 보상을 제공할 국가들이 과연 그러한 보상에 선뜻 나설 지에 대해서 과거의 경험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R < R` 혹은 R < R` + C일 때 핵포기는 발생한다.

 

위의 상황일 때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다. 허나 여기에는 다른 국가의 사례에서 작동하던 공통적인 문제도 존재하며 또한 북한이라는 특수성의 문제도 여전히 상존한다. 국가의 생존보다 체제의 생존이 우선시되는 북한의 인식체계는 핵을 포기하는 데 있어서 R의 값을 굉장히 비탄력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저 두 상황 중 하나의 상황이라도 유도해야 한다. 둘째, 그러한 상황은 현재의 틀안에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고민은 이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저 두 상황을 유도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먼저할 수 있다. 그러나 저 두 상황을 이끌어내기가 정말 어렵다면 우리는 그 다음에는 무엇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북핵문제에 연루된 행위자들에게 있어서 이 두 고민은 정말 가장 중요한 고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1]  Thomas C. Schelling, 1966, Arms and Influence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p. 3.
[2]  정성윤, 2014, “미국의 대북 군사 강압 성공에 대한 연구-1976 년 판문점 도끼 사건을 중심으로,” 국제관계연구 19-2, p.8.
[3]  정성윤, 2014, “미국의 대북 군사 강압 성공에 대한 연구-1976 년 판문점 도끼 사건을 중심으로,” 국제관계연구 19-2, pp.7-8.
[4]  Thomas C. Schelling, 1963, The Strategy of Conflict (UK: Oxford University Press) p. 3.
[5]  황지환, 2012, “핵포기 모델의 재검토: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리비아 사례를 통해 본 북핵 포기의 가능성과 한계,” 세계지역연구논총 30-3, p. 244.
[6] 황지환, 2012, “핵포기 모델의 재검토: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리비아 사례를 통해 본 북핵 포기의 가능성과 한계,” 세계지역연구논총, 30-3, p.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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