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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전통적이지 않은 안보 문제들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간혹 이렇게 한국에서의 비전통안보에 관한 글을 쓰게 된다. 사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안보'라는 개념은 대부분의 경우 전통적인 군사안보를 떠올린다. 안보라는 개념이 발전이 국가안보의 틀 위에서 발전한 것도 사실이고, 이러한 국가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군사안보였기에 이러한 인식은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안보라는 개념이 본격화되면서부터 논쟁이 되었던 문제는 안보가 달성된 상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단순히 '정전 상태' 혹은 무력적인 분쟁이 없는 상태를 안보가 달성되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게다가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기존의 안보 영역에서는 없었던 안보 문제들이 많이 대두하게 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안보와 구분되던 비전통안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기후, 자원, 보건, 경제문제에서 초국가적 상호작용의 네트워크가 심화되고 확산됨에 따라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있어 군사적 문제에 버금갈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국민들에 대한 책임성을 정당성의 원천으로 삼는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안보문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각주:1]

다만 한국에서는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많은 부분 안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전통적 군사안보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비전통안보 문제에 대한 대응 역시 전통적 안보 방법으로 대응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최근의 '테러방지법'도 이러한 맥락에 있고 지난 정부에 등장했던 '사이버사령부' 역시 이러한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도 여전히 안보는 전통적 안보의 무게감이 실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행위자만 여전히 전통적 안보일 뿐, 점차 비전통적인 안보로서의 대응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주축이 되어 만든 '탈린 매뉴얼'[각주:2]은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통안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는 북유럽국가들은 더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움직임과 비교하면 한국이 최근에 비전통안보 이슈에 대한 대응은 지나치게 전통안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라는 행위자이고 이러한 행위자에 대한 위협은 기존의 전통안보 측면의 위협이 분명 크다는 현실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이 잘 알고 있다시피, 북한의 위협은 단순히 전통안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비전통안보 영역에 있어서도 수행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러한 위협에 대한 대처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대처의 방식이 전통적인 방법론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현 정부의 인간안보에 대한 개념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다뤘다.[각주:3] 그저 전통적인 군사안보의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다른 문제로서의 인간안보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따라서 군사안보의 행위자가 분담하는 '국가안보'의 영역과 '인간안보'의 영역을 분담한다는 시각으로 기존의 방식으로만 대응하면 된다고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안보'와 '인간안보'는 층위조차 다른 개념이고, 이를 그냥 역할(role)의 문제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은 인간안보를 '군사안보'가 책임지지 못하는 영역으로 인식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사실은 층위도 다르고 인간안보를 '비전통안보'로 치환하여 생각한다 하더라도 영역이 다르면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사이버안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이버사령부'와 같은 기존의 군사조직의 확충과 더불어 국가정보원 같이 기존의 전통적인 안보를 담당해오던 기존의 행위자들의 역량 강화로서 대응 가능하다고 간주하고 있는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안보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패러다임적인 인식전환이 분명 필요하지만 여전히 안보문제는 군사안보를 근간으로는 하는 전통안보적인 방법으로 대응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비전통안보 연구자들 대부분 안보 영역의 확대로서 비전통안보를 주장하지만, 그 영역이 확대된 만큼 대응으로서의 패러다임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인간안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유엔보고서와 캐나다와 일본이 주창한 인간안보 역시 이런 개념을 분명 내포하고 있다. [각주:4]

최근의 북유럽에서는 이러한 비전통적인 안보 영역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서 국가에게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안보(security)가 아니라 회복력(resilience)가 아닌가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각주:5] 개인적으로 이는 북유럽이라는 지역적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에서 이를 적용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조금 회의적이다. 그러나 안보의 개념을 포기하지 않더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전통안보적인 방식에 경직되어 있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혹시 이러한 이유에는 단순히 안보를 달성하고자 함이 아니라, 안보를 '동원'하여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비전통적인 안보 문제는 계속 대두할 것이고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계속 전통적인 안보의 시각에서만 고집한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펜하겐 학파가 주창한 안보화 이론을 한국의 비전통안보 문제의 대두와 연결하면 안보 문제화가 되는 것은 맞으나, 이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과거의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전히 안보화가 진행중인 단계로 보인다. 정말 이런 안보 문제가 단순히 정치문제의 동원이 아닌 해결해야할 문제로서 인식되어야 한다면 인식의 폭을 안보 영역이 넓어진 만큼 넓혀야 할 필요가 존재한다고 본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비전통적인 안보의 위협에도 노출되어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른 방식의 정책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의 전통적인 안보 문제의 대응과는 별개의 비전통적인 안보에 대한 접근이 있어야만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괄적 안보의 달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 이신화, 2006, “비전통안보와 동북아지역협력,” p. 412. [본문으로]
  2. 탈린 매뉴얼(Tallinn Manual on the International Law Applicable to Cyber Warfare)은 사이버 전쟁에서 적용되는 국제법을 담은 지침서를 말한다. NATO 협동사이버방위센터(CCDCOE)에서 발간하였고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기초되어 탈린 매뉴얼이라고 불린다. 주요 내용을 사이버 공격을 받았을 경우 주변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해킹시 디지털 공격으로 보복을 가능하나 실제의 공격은 사이버 공격으로 실제의 사망 부상자가 있을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구속력은 없고 지침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위키백과 전문인용) [본문으로]
  3. http://bardinn.pe.kr/7251066 [본문으로]
  4. UNDP의 보고서에서는 인간안보를 경제적안보-식량안보-건강안보-환경안보-개인안보-공동체안보-정치적 안보7가지의 요소로 나눠서 바라봤다. 캐나다는 인간안보는 사람들의 안전이고, UN 헌장, 인권에 관한 보편 선언, 그리고 제네바 협약은 인간안보 논지의 핵심요소이고 점점 더 폭력적 갈등 속에서의 인명손실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무라야마 총리 시절에 지금까지 개별국가적 관점에서 광범위하게 이해되던 안보 개념을 개인들의 권리와 안보를 더욱더 보호하는 방법으로 재정의 하도록 해줬다고 평가하며, 인간안보를 캐나다의 정의보다 더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궁핍으로부터의 자유-공포로부터의 자유를 모두 강조해야 한다고 바라봤다.(Amitav Acharya, 2006, “인간안보 : 동서양 담론,” pp. 40-42. [본문으로]
  5. Christian Fjäder, 2014, “The nation-state, national security and resilience in the age of globalization” Resilience Vol.2 No. 2, p.11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