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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단상

이번에 전주를 내려가고 나서 든 생각



이번에 전주를 내려가서 여태까지 중에 제일 바빴던 듯 하다. 두 약속이 잡혀 있기도 했지만 그 약속 모두 나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전주, 아니 전북 최대의 유흥가인 북대 앞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텅텅 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온 사람과 둘이서 술을 마시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결국 우연히 들어간 한 곳은 사람이 꽉 차 있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는 것. 둘다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둘이 주로 찾는 곳이 이태원이었고, 둘 다 모두 여기가 이태원인지 전주 북대 앞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 있는 바텐더들과 손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알아낸 사실은 몇 가지가 있었다. 일단은 전주가 관광객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이런 바에 오는 사람은 줄었다는 것, 즉 20대 후반의 전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런 곳에 오질 않는 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외국인들은 나와 같이 간 사람의 존재를 대단히 반가워했다. 물론 같이 간 사람의 비주얼이 출중한 탓도 있었지만 영어가 되는 한국인의 존재가 오히려 이 술집에서는 매우 독특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모든 곳은 축 처져있었지만 그 술집만큼은 분위기가 매우 다이나믹했다. 바텐더들도 우리를 반가워했고, 손님들도 반가워하는 약간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날, 수없이 사람이 넘쳐나는 한옥마을을 지나 오랜만에 아는 친구를 하나 만났다. 내가 “전주는 여전히 재미가 없구나.”라고 덤덤하게 말하자 좋아할 만한 데를 안다며 알라딘 중고서점을 끌고 갔다. 이 친구는 나를 무척 공부만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알고 있기에 아마도 거기로 끌고 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구하고 싶었던 사회과학 서적들을 쓸어 담을 수 있었다. 심지어 신간들도 있었는 데 그렇게 쓸어담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 친구도 무척 어이없어 했다. 그렇게 책이 좋은지 하는 그런 표정, 다만 나는 거기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책들이 벌써부터 중고 서점에 들어와야 했을까. 그리고 이런 책은 서울의 중고서점에서는 사실 들어오지도 않고 보기도 어려운데 왜 이리 전주에서는 너무도 쉽게 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속에서 드는 가설은 서울에서야 이런 식의 지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인구도 적지 않고 더불어 이러한 지적인 작업이나 혹은 이것을 애호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사람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전주는 그렇지 못하고 이런 책들이 전주와 전라북도를 떠돌다 이렇게 중고서점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도 결국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서 뭔가 심란했지만…… 사고 싶은 책이 많았기에 일단 닥치고 담았다. 서울에서는 구하려고 해도 정가를 다 지불해야 구할 수 있는 책들이 아닌가?


예전에도 쓴 말이지만 한국은 도시 안에서 여가를 누릴만한 문화 컨텐츠가 많지 않다. 서울도 다른 외국의 도시들과 비교해서도 많지 않은데, 지방은 오죽하겠는가? 서울 사람들이 전주를 탐하는 것은 ‘먹부림’ 때문이다. 그 ‘먹부림’은 사실 전주사람들에게는 사실 무관할 수도 있고 이미 다 겪고 지나간 것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전주의 문화 컨텐츠는 점점 더 심각하게 빈곤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전국 3위의 주류 소비지역이었던 전북대 앞도 뭔가 쓸쓸해져 가고 있었고, 알라딘 중고서점에는  서울에서는 전공자들이 탐내는 쓸만한 사회과학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전주는 사실 관광지가 되었지만 전주사람들, 조금 더 한정 짓자면 나와 비슷한 또래에게는 정말 점점 재미없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슬픈 일이다. 남 좋은 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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