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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아베 수상의 당혹에 대한 추측-오판의 대가

아베 수상이 기본적인 역사 인식은 처음 집권했을 때와 지금이 크게 변한 것은 없다. 한가지 확실하다면 아베 수상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그렇게 래디컬하게 우경화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은 지난 고이즈미 정부 이후 집권했을 때의 아베의 모습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고이즈미와 달리 국내정치적 동원이나 아시아를 자극하는 언사는 최소화 했다. 이는 그가 자민당의 간사장을 할 때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고, 더더군다나 그가 수상에서 건강문제로 사임해서 물러난 뒤 나타났던 모습과는 간극이 심한 것은 분명했다.

 

어쨌든 수상으로서의 아베는 대단히 온건한 모습을 필력하려는 정치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즉 개인적 영역에서의 소신과 공적 영역에서의 조정이라는 측면은 간극이 있는 정치인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이 바로 아베와 고이즈미의 가장 극심한 차이였다. 그리고 같은 온건성이라도 후쿠다 수상이 가진 온건성과도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후쿠다 수상 역시도 그러한 온건함은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개인적인 소신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아베는 수상으로서의 조정자 역할을 크게 자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15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참여를 공식 선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는 자기가 인식했을 때 한국을 배려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야스쿠니 관료 참배로 인해 한국이 항의를 해도 그 항의의 수단으로 대화를 선택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대화의 창에서 적절히 비공식적 차원에서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지금의 상황을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더더군다나 한국의 입장이 북한 문제 및 일본의 환율정책으로 인해 일본과의 협조 소요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총리가 참배를 안하고 공물만 봉환하는 차원이라면 정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이 선택한 방안은 일단 있던 회담과 대화를 취소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안은 한국이 대일 외교에서 선택한 방안 중에서는 보편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일단 한국이 이런 문제가 생길 때 선택한 방법은 기본적으로는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몇 가지 예외가 있다면 노무현정권 후반부와 이명박 정부의 극 후반기였다. 정권 초반부터 이러한 외교 방안을 구사한 정부는 여태까지 한국정부에서는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처음부터 외교회담을 취소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러한 외교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여준 것은 중국 정부였지, 한국 정부는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의 예상 시나리오는 좀 크게 빗나간 것이다.

 

협력할 요인도 많았고 일본 측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한국측의 입장 표명이 사실 충격적인 것이었다. 국제정치에서 상대의 인식을 측정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정치에 있어서 상대의 인식과 관념을 다른 문화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행위자가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 오판의 가능성을 언제나 전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대외적 환경과 영향을 미치는 국내정치행위는 사실 위험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과 연정파트너였던 공명당에서 지적한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아베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끌려가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아베 정부와 아베정부를 둘러싼 자민당에게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역사인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함부로 상대국의 인식과 관념을 재단하여 발생하는 오판의 대가는 외교정책에서 작다고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