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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Wendt의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을 맛만 보며.

국제정치의사회적이론:구성주의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알렉산더 웬트 (사회평론,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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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tructivismandInternationalRelations:AlexanderWendtandHisCri
카테고리 인문/사회 > 정치학 > 일반
지은이 Guzzini, Stefano (EDT)/ Leander, Anna (EDT) (LightningSource,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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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실 Wendt의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을 완전히 디비려는 글은 사실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맛배기 정도이고, 사실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을 Waltz의 저서처럼 하나하나 디벼볼 의사도 있지만 읽어야 될 책도 있고 써야될 글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뒤로 미룰 생각이다. 만약 빠른 시간 내에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을 제대로 디벼 볼 수 있다면 최대한 자세하게 디벼볼 생각이다. 

Waltz의 『Man, the State, and War』를  읽으면서 이 문헌이 과연 국제정치학의 텍스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다양한 정치사상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국제정치를 설명해 나가는 『Man, the State, and War』는 결국 신현실주의의 세계를 연 국제정치학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텍스트가 되었지만 지금 보통의 국제정치학 문헌과는 상이점이 크다. 하지만 그 상이점에서 기존의 국제정치학이 제공하지 못하는 함의들이 도출되었다. 특히 루소의 대한 인용이 국제 구조로 이어지는 과정은 국제 구조가 어떠한 개념에 기반하여 가능한 지에 대해 좋은 설명이 되었다.

Wendt의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Waltz의 저작이 정치사상의 텍스트로 보였다면  Wendt의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은 사회학의 서적을 보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인상비평으로서 이 책은 국제정치를 분명 사회학의 수준에서 논하는 것 처럼 보였다. 과연 그게 이 책의 진가의 전부일까?

이 책의 저술 목적은 엄밀히 국제정치학을 지배하고 있는 물질론에 대해 그것이 지나치게 환원적이라는 비판을 가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관념론을 제시한다. 단 그러한 관념론 자체가 넓은, 즉 추상적 관념론이 아니라 실재적 차원에서 기반하는 좁은 의미의 관념론, 즉 좁은 구성주의(Narrow Constructivism)을 제시한다. 이러한 제시는 일종의 양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지나치게 환원적인 물질론적인 기존의 국제정치학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추상적인 동시에 실재론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관념론이라는 두 가지 양면 사이에서의 하나의 절충으로서 실증적인 차원에서 전개 가능한 ‘좁은 구성주의’를 내세웠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론적인 대안으로서 구성 이론을 국제정치학에서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비판이론을 포함한 이른바 관념론적인 시도는 이러한 구성 이론을 국제정치학에 성공적으로 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Wendt는 구성이론이 어떻게 국제정치에서 가능한지에 대해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제시하게 된 것이다.

Wendt의 서술은 근본적으로 Waltz에 대한 비판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Waltz에 대한 비판에 대해 많은 독자들은 신현실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지만 필자는 그것은 결국 Waltz에 대한 비판의 결과이며 엄밀히 말해서 Waltz의 방법론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Wendt 역시 Waltz가 바라본 국제구조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Waltz가 세운 방법론이 환원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그의 국제 구조는 한계를 가진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는 구성 이론 역시 이론으로서 성립 가능하다는 말을 첨부하면서 구성 이론으로서 Waltz의 이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구성이론을 통해 국제구조가 단일한 무정부적인 상태가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을 한다. 이 설명은 그러한 실증적 사례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에 필자는 동의한다. 그것이 결국 Wendt의 방법론이고 Waltz의 이론 안에서도 역시 구성이론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Man, the State and War』에서도 나타나듯이 불가능하며, 더욱이 『국제정치이론』에서도 구성이론의 개념이 차용된 흔적은 여기 저기에서 발견된다.

다만 필자가 보기에는 Wendt와 Waltz가 바라보는 국제 정치, 혹은 국제 구조라는 것이 전혀 달라보인다.  둘다 모두 사회과학적인 차원에서 이론적으로 구현 가능한 세계로서의 국제 정치 및 국제 구조를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Waltz의 국제 정치가 Power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관에 놓여 있다면 Wendt는 그 Power가 관념적인 변수에 의해 다른 것으로 치환될 수 있는 세계관의 차이가 존재한다. 즉 구성 이론의 측면에서 볼 때도 두 사람이 바라보는 세계는 사실 다르게 구성된 국제정치이다. 물론 이렇게 표현한다면 Wendt는 그것은 지나치게 넓은 구성주의적 시각이라 비판할 것이며, Waltz는 실증적이지 않다고 비판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세계관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둘이 바라보는 국제정치라는 것은 현실이라는 측면에서 같지만 그 국제정치를 구성하는 세계관 자체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Wendt의 기여도를 방법론과 국제정치이론의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면 첫째, Wendt는 방법론으로서 관념과 규범을 중요시하는 구성이론을 과학적 합리성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논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고 실제의 의미있는(meaningful) 사례를 찾기에 쉽지 않지만, 어쨌든 Wendt는 논리적으로 이를 자리 잡게 했다. Wendt는 이를 위해 인과와 달리 구성이 이론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 가에 대한 설명을 필요로 했고 이를 구조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성공했다. 이 과정을 통해 구성주의는 대안적인 국제정치학 이론으로서 국제정치학 계에 등장할 기회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Wendt는 현실주의 이론과 자유주의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국제정치학적 현상들에 대한 설명에 개입하는 것을 용이하게 했다. 즉 단순히 구성주의만으로서 국제정치학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존의 이론들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던 현상들을 Wendt의 구성주의는 이에 대한 서술의 기반을 제공해주었다. 이는 기존의 넓은 구성주의가 지나치게 사변된 설명에 치중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존의 국제정치학 설명을 존속시키면서 동시에 구성이론을 통해 보다 국제정치학적 설명의 한계를 넘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Wendt의 이 책이 국제정치학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구성주의는 10년 전에는 대안이론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주류이론 중에 한자리, 심지어 맑스 이론이 퇴조해버린 국제정치학계에서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한 점에서도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은 성공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 보수적인 IR의 세계에서 방법론과 국제정치이론 모두에게 기여하고, 동시에 그 거시이론이 주류이론들과 어깨를 겨룰 만큼 성공했다면 그것으로도 엄청난 성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