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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이론』이후 신현실주의는 국제정치를 설명하는 유력한 설명이 되었다. 이렇게 유력한 설명에 오르게 된 Waltz를 위시로 하는 신현실주의는 그 설명력을 보완하고 발전하게 되면서 더더욱 그 입지를 공고히 하게되었다. 세력균형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신현실주의는 냉전체제를 잘 설명해주는 이론으로서 그 입지가 매우 단단했다. 하지만 냉전이 해체되면서 신현실주의는 위기를 맞기 시작한다. 이것은 신현실주의내의 대표적인 학자인 Waltz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냉전이 해체되었고 냉전의 해체를 독일 통일이나 혹은 소련의 해체로 간주한다면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냉전기와 그 이전을 설명하던 국제정치이론인 신현실주의는 이에 분명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현실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살아있는 정도를 지나서 여전히 국제정치학계에서 주류이론으로 작동하는 이론 중의 하나이다. 신현실주의는 냉전이 끝난 이후에도 존립 가능한가? 물론이다. 신현실주의가 설명하는 무정부적 국제구조라는 것은 분명 현상학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며, 이를 구조이론으로 설명하는 신현실주의는 분명 여전히 국제정치에서 존재가치가 높다. 물론 환경, 경제 이슈가 드높아진 탈냉전기에 잇어서 이전보다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억지’, ‘안보딜레마’, ‘세력균형’은 분명 탈냉전기에도 설명력이 큰 관념들이다. 여전히 신현실주의는 국제정치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하나의 틀로서 작동하고 있다.

신현실주의 내에서 Waltz의 이론들로 한정하여 지금 현재의 의의를 논해본다면 분명 논란의 여지가 신현실주의로 논할 때보다 커진다. 거기에는 그의 양극체제안정론이 가장 크게 작동하고 있다. 양극체제안정론에 의하면 냉전체제는 지속성이 분명 담보되어 있었다. 즉 단순히 냉전으로 나타나는 양극체제는 이른바 전쟁의 억제를 가져오는 안정성과, 동시에 양극체제가 유지되는 지속성을 『국제정치이론』에서 제시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체제는 붕괴하였고 이는 Waltz에 대한 비판으로 돌아왔다. 재밌는 것은 국제정치학의 주류에 놓인 다른 이론들은 이에 냉전의 붕괴와 양극체제안정론에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이른바 정치학적 자유도덕주의, 혹은 자유지상주의 진영에서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Waltz의 이론관에 입각하면 이는 사실 그리 비판 받을 일이 아니다. 물론 Waltz의 이론적 방법론을 지나치게 환원적이고 회귀적이라고 비판하는 것(Wendt)은 가능하지만, Waltz의 방법론 안에서는 이론이 실재를 모두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더불어 지엽적인 예외사례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Waltz의 이론대로라면 양극체제는 전쟁을 억제하며, 자체적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결국 이론에서 냉전체제의 붕괴는 지속성의 붕괴를 나타난다. 이는 냉전의 붕괴를 예외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으며 이른바 네오콘이 설명하는 대로 미국의 힘을 Balancing하던 소련의 국가 경쟁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즉 다양한 설명으로 Waltz의 이론의 금이 간 것을 메울 수 있다. 게다가 Waltz는 그 금 자체를 방법론상 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한다. 

Waltz의 이론에 입각해본다면 세상은 다시 양극체제가 등장할 개연성 자체가 높다. 이러한 관점은 중국부상론에 주목하는 미국의 국제정치학자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필자의 생각에 의하면 양극체제가 부상하려 했다면 20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즉 Waltz가 언급하는 양극체제의 개연성을 생각해본다면 20년이라는 시간 안에 양극체제가 새로 시작하거나 혹은 돌입의 징조는 보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히려 세력균형의 모습보다 다양한 형태의 국제정치가 국제정치의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는 1940~60년대의 국제정치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다.

필자의 단견에는 Waltz의 이론이 잘못되거나 논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정치가 변했다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즉 냉전체제가 유지되고 Waltz의 이론이 설명력을 가지던 그 종속변수로서의 국제정치는 지금의 국제정치와는 성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실 규명하려는 노력을 가하는 이론은 아마 구성주의 진영일 것이다. 즉 국제정치라는 것은 Waltz의 주장대로 구성되는 것이며 구성주의 진영이 언급하는 것처럼 관념과 규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Waltz의 논리가 틀린 것이 아니라 전제 자체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엄밀하다. Waltz를 비판, 계승한 신현실주의자들은 신현실주의의 이론들을 발전시켜오면서 이러한 변화하는 국제정치에 대한 전제를 참고하고 이를 전제에 반영하였기 때문에 여전히 국제정치에서 주류 이론의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리즈 앞에서 서술 했듯이 Waltz의 이론체계는 여전히 설명력이 높으며 사회과학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다. 그러나 그 점과는 별개로 전제 자체가 변화하였기 때문에 Waltz의 이론의 틈이 생긴 것이다. Waltz는 종속변수와 그 변화를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했지만 그 종속변수를 구성하는 전제가 변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종속변수와 독립변수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하지 않고 Waltz의 사회과학적 방법론과 세력균형에 대한 명쾌한 정리는 분명 여전히 가치가 있다. 이 점에서 『국제정치이론』은 오늘 날까지도 국제정치학에서 비중있고 중요한 저술이자 ‘고전’인 것이다. 그가 설명하려던 종속변수인 국제정치는 변화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이른바 그의 분석틀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고 심지어 그의 비판자들 모두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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