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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읽기

르낭의 『민족이란 무엇인가』를 읽는다. 1-1 프랑스와 독일의 역사적 기원과 진행

본고의 서술의 방법론적인 아이디어는 엄밀히 말하면 마루야마 마사오의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에서 많은 부분을 따왔다. 가볍게 언급하는 듯하면서 자신의 해석과 견해, 그리고 배경에 놓은 사건들에 대한 서술을 첨가하면서 후쿠자와 유키치의 저서인 『문명론의 개략』에 대한 주석을 단 위의 저서는 본고를 만드는 데 있어 어떻게 고전에 대하여 주석을 달 수 있는 지에 대하여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대작이다. 본인은 이를 밝히며 이에 대한 존경을 마루야마 마사오에게 표하는 바이다.

르낭은 『민족이란 무엇인가?』에서 서두를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문제로 시작한다. 나폴레옹 3세 시절 프랑스는 독일로부터 위협을 받았었고, 실제로 보불전쟁은 발발하였고 프랑스의 패배로 종결된다. 이 과정에서 알자스-로렌은 독일로 편입되게 되고 알자스-로렌 영유권 문제는 과연 알자스-로렌이 과연 어떠한 Nation의 귀속되어 있는가에 대한 논쟁으로 변화된다.

르낭은 우선 프랑스와 독일의 대립과 전쟁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며 저작을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된 데 대하여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철학적 지성의 의무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고 명료한 생각으로 재난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원인을 연구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는 평화가 형성될 것이다. 말살은 한 때에 불과하다. 그것은 마치 질병의 참화 한복판에 이 있는 전염병처럼 불씨로 제공되었던 것들을 살라버리는 불꽃처럼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그들이 둘다 기진맥진해 쓰러졌을 때 깨닫게 된 사실은 자신들은 여전히 형제이자 이웃이고, 같은 우물에 의존하며 같은 개울가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p17]

르낭은 서두에서 전쟁 자체는 불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카인과 아벨과 같은 형제로서 프랑스와 독일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설명을 하며 전쟁 자체의 무익함에 대해 서술한다.그리고 독일과 프랑스는 하나의 이웃임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슈망의 유럽공동체나 현재의 유럽연합과의 인식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염두에 둬야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르낭의 언급을 현재의 유럽연합이나 슈망의 유럽공동체와 연결하는 데 이는 어느 정도는 맞지만 크게 보면 하나의 억측이다.슈망의 유럽공동체는 유럽의 개발과 부흥을 두고 양 국이 협력해야 발전한다는 내용이며 현재의 유럽연합은 Nation이라는 장벽 이전에 유럽연합이라는 블록이 Nation안으로도 투영되어 하나의 공동체로서 유럽연합이라는 또다른 Nation이나 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달리 르낭의 언급은 Nation의 상호존중에 가깝다. 즉 독일은 독일대로 존중되어야 할 Nation이고, 프랑스는 프랑스대로 존중받아야 할 Nation이라는 것이다. 즉 두 국가는 Nation이라는 측면에서 동등한 하나의 형제이고 이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르낭의 프랑스-독일 국가관은 Nation으로서 동등하게 자유로우며 평화를 누려야 할 이웃이라는 것이다.

다음에 르낭은 독일과 프랑스에 역사적인 형성에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독일은 역사적으로 단일한 Nation이 아니라 여러 부족을 하나로 묶은 제국의 일원이었으며, 이러한 제국은 Nation적인 존재가 결여된 채 하나의 Nation으로 통일시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르낭은 대단히 재밌는 서술을 한다.

사람이 자기 집의 주인이 되는 것은 그에게 제 집을 제외한 다른 곳을 지배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을 때 뿐이다.[p18]

프랑스는 이와 분명히 다르다는 강조를 르낭은 언급한다.

...프랑스는 이미 10세기부터 제국에서 분명히 벗어났다. 서방세계의 두 지보인 황제의 지위와 교황의 지위를 프랑스는 자국의 행복을 위해서 내놓았다...베르뎅 조약이 만들어놓은 그대로의 프랑시아는 제국도 교황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특전을 누리게 되었다....프랑시아는 10세기 후반부에 프랑시아를 잘지키지 못하던 카롤링거 왕조를 프랑스의 공작 가문으로 대체한다...여전히 게르만 가계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실제적으로 뿌리를 잘 내려서 프랑시아 땅에 자신의 영지를 갖고 있었다 그 때 부터 파리주변으로 민족의 발전이라는 놀라운 장정이 시작되었고 결국에는 루이 14세 시기를 거쳐서 프랑스 대혁명에 이르게 되었다.[p19]

사실 이 설명은 조금 많은 역사적 서술을 생략한채 이뤄지고 있지만 여기에는 놀라운 성찰이 하나 꿰뚫고 있다. 유럽사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에서 황제-교황을 떠나서야 단일한 Nation이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황제권과 교황권은 사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라는 국가를 통치하거나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로마제국의 전 영역에서의 로마제국의 부흥과 그의 부활의 공간으로서의 유럽, 그리고 크리스트교를 믿는 전 유럽적인 종교 공동체로서의 유럽을 지배하거나 다스리는 관념이라는 것이다. 결국 유럽 중세를 지배했던 황제와 교황의 우위 문제도 Nation이전의 공간으로서의 유럽의 통치적 권위의 문제이지, 이를 현대의 국가관념이라 국가가 형성된 이후의 권력문제와는 사실 별개의 것이라는 얘기이다. 최근 유럽연합이 등장함에 있어 유럽의 정체성의 기원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크리스트교라는 종교공동체로서의 유럽적 정체성과 로마제국으로서의 유럽이라는 정체성이 대두하는 것은 사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구조화된 유럽 국가들을 하나의 정치적 공동체로 ‘만들어내고’ 발전시켜야 함에는 Nation을 넘어서는 유럽적 정체성을 필요로 하였고 이에 황제권과 교황권이 결국 전근대적, 전통적인 정체성으로서 재등장 한 것이다.여기에서도 르낭의 관념이 현대의 유럽연합과 상반된 면이 있음을 분명 확인할 수 있다.

르낭은 계속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에 대한 차이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프랑스와 독일간에 있던 중대한 사건과 이 것이 독일의 Nation으로 이어지며 정치적, 역사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독일은 동일한 민족에 속하는 집단들 사이의 내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분쟁의 발생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독일은 자국을 위해서 통일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외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통일을 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독일은 내적으로 자유롭게 분할되어 자치를 누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독일은 30년 전쟁이 있고 나서야 독일이라는 조국을 자각하게 되었다. 프랑스 왕권은 독일인들의 이 딱한 정치상황을 악용하여 이전에는 결코 하지 않았던 것을 행했다. 다시 말하자면 프랑스어권 지역만 동화시키려 했던 계획에서벗어나 독일땅인 알자스를 강탈했던 것이다......이 사건은 Nation이라는 개념이 세계를 지배하고 영토의 경계를 긋는 문제에서 언어와 인종이 적법한 규준으로 정착되면서 중대한 골칫거리의 불씨가 되었다.[pp20~21]

이러한 프랑스에 대한 행동에 대해서 르낭은 ‘최고의 자가당착’이라고 단죄하며 편협하였다고 말한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프랑스가 전세계를 지배해야한다는 나폴레옹을 비판하며 그러한 시각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단결을 가져오고 영국이라는 균형 국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놀라운 것은 르낭의 이러한 국제정치에 대한 분석은 놀라울 정도로 현실주의적인 시각이며 세력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날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르낭은 이 다음에 놀라운 서술을 하나 하고 있다. 오늘의 포스팅에서는 다음의 서술까지만 주석을 다는 것으로 그치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한 민족은 다른 민족의 억압을 받을 때에만 자신에 대해서 자각하게 된다...‘프랑스’라는 단어가 특별한 의미를 갖게된 것은 바로 영국 지배의 중압 아래에서였다. 철학적 용어를 빌려말하자면, 하나의 ‘자아’는 항상 또 다른 ‘자아’와 대비되어 창조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프랑스는 독일을 ‘Nation’으로 만들었던 것이다.[pp21~22]

최근의 민족주의의 연구에 있어서 공세적 민족주의(제국주의적 민족주의)와 방어적 민족주의(저항적 민족주의)로 민족주의를 분류하는 흐름이 있다. 이를 구분할 수 있느냐라는 논쟁은 차치해두더라도, 르낭은 근본적으로 Nation이라는 관념 자체가 타자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타자의 존재가 Nation이라는 존재의 충분조건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고민을 필요로 하지만 르낭은 대단히 중요함을 언급하고 있다.엄밀한 차원에서 르낭은 여기에서 Nation이라는 관념에 있어 여기에서 기존의 관념과 다른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며 문제의식을 뚜렷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있어 기존의 관념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피히테의 민족주의일 것이다. 피히테는 Nation이라는 관념에 있어 영속성이 있음을 주장하고 독일이라는 Nation은 영속적으로 작동하는 운명 공동체임을 역설한다. 여기에는 독일어라는 언어적 기제가 매우 중요하고 민족성을 드러내는 언어야 말로 독일이라는 Nation의 근간임을 말한다. 이러한 피히테의 민족주의에는 타자의 존재는 사실 중요치 않다. 하지만, 르낭의 Nation에 있어서는 타자라는 존재는 결국 자신의 Nation을 의식함에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는 르낭의 Nation이 Nation의 역사성이나 영속성, 원초성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독일이라는 Nation도 결국 프랑스 대혁명에 이어지는 프랑스의 침범에 의해 태동하기 시작했으며 프랑스 역시 Nation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영국의 역할이 중요했음을 말하면서 르낭의 Nation이 기존의 민족과, 국가와, 인민과 무슨 차이를 가지는지 함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