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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Korean Politics

첫번째 편지

엘포페에게

자네도 들었다시피 이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네. 간단히 풀릴 문제였다면 쉽게 쉽게 말했겠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집착’하는 일은 바로 일종의 파시즘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못할 그런 생각 아니던가. 그런 일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공감하게 끔 하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아네. 별 수 없는 일이지. 그러니 난 쉽지는 않지만 어떻게라도 설명해보려고 하네. 좀 더 풀어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내 설명의 목적은 결국 한 가지이지. ‘나에게 공감하게 한다.’ 그거면 되는 거네.

난 최근에 한국이라는 국가적인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정치 사회적 현상의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네. 그리고 여기에서 벌어지는 어떤 특수한 정치 사회적 현상에 난 ‘서울 파시즘’이라는 명명을 하였네.

한국이라는 공간은 근본적으로 서울 중심적으로 발전하였네. 가끔 지방에 한두개씩 던져주는 것 외에는 서울이 한국이라는 정치, 사회, 문화적 차원의 중심지였지. 많은 사람들이 이는 서울이 산업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명을 하고 있네.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네. 서울이 산업의 중심이어서 그랬다면 부산이나 대구 역시 어느 정도 중심역할이 모여 들었어야 하네. 근데 5공화국 이후로 부산이 대구는 끊임없는 상실의 시간을 거쳐야 했네. 그리고 이러한 속도는 가속되고 있네. 호남? 호남은 원래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일세. 잠시나마 정권 차원에서 호남을 발전시키려했지만 이른바 ‘기반’이 없는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한국의 지역정치는 점차 나중에는 부차적인 것이 될거야. 서울과 수도권 외에는 사실 아무 것도 없는. 그것이 한국이 될건데 지역 정치는 결국 하나의 조연이 되겠지. 아무런 힘도 없는. 숫자로만 나타나는.

서울 파시즘은 엄밀히 말하면 2차적인 차원에서 파생된 것이라 봐야 하네. 서울에 기득권이 발생하고 이러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발동하는 것이 결국 ‘서울 파시즘’일테니 말이야. 뭐 최초로 서울에 기득권이 발생하는 것은 이른바 중심지 발전 모델이라는 것에서 시작하겠지. 이러한 중심지 발전 모델은 분명 재원의 한계가 있는 발전국가에서는 일리가 있는 모델이네. 중심지를 발전시키고 이에 파급효과(spill-over)를 통해 주위와 국가 전체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니 말이야. 실제로 80년대 후반까지 서울의 발전은 수도권이라는 파급효과 지역을 구축해내며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왔네. 이를 부정하지는 않네. 한국의 사회, 문화 발전에 수도권은 분명 중심지였고 그러한 발전을 이끌어왔으니 말이야.

근데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서울과 서울이 구축해낸 수도권은 파급효과가 아니라 지방의 자원을 흡수하기 시작했네. 더이상 서울과 수도권의 발전은 지방의 소외가 아닌 지방의 재원을 흡수를 통해 이뤄지게 된거네. 이러면 더 이상 파급효과는 사라지고 흡수효과가 생기게 되는거지. 수도권은 지금도 넓어지고 있네. 하지만 지금의 수도권의 확장은 이전의 수도권의 확장과는 양상이 다르네. 지금의 수도권의 확장은 지방의 흡수와 해체를 전제로 하고 있는거지. 립셋과 로칸이 말한 지방-중심의 정치적 균열에서 중심의 절대적인 우위가 나타나고 있는거야. 더 이상 정치적 균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거지. 원래 한국은 이러한 균열이 약했긴 하지만 이는 본래의 정치적 가능성 마저 차단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네. 이는 뒤에 더 말하도록 하겠네. 어쨌든 서울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지방을 빨아들이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측에서는 이를 좀 완화해보려고 여러가지 정책을 펼치기 위한 시도를 하였네. 하지만 그럴때마다 무참히 이는 제지당하고 서울의 우위는 지속적으로 확인되었네. 최근의 세종시에 대한 수정안도 어떻게 보면 그런 기제라고 할 수 있겠지. 이미 행정수도에서 수정된 행복도시 마저도 용인할 수 없다는 거지. 이게 바로 ‘서울 파시즘’의 발현이지. 서울은 한국이라는 공간에서는 소수일세. 하지만 이 소수가 놀랍게도 절대적 다수인 지방을 소외시키고 이제는 이를 흡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완마저도 용인하지 않는 놀라울 정도로의 전체주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

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했네. 이 문제는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어디에서 문제가 심화되며, 무엇이 이러한 문제를 촉진하는가. 이를 좀 풀어보려고 하네. 이에 대해 계속 편지 쓰겠네. 도움이 되는 코멘트가 있으면 언제든지 받겠네. 곧 다음 편지 준비해서 보내도록 하겠네. 잘 지내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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